나의 일생 4. 갑술년 무섬의 대홍수 무섬에 홍수가 지면 폭 300여미터의 강폭 가득 흙탕 물이 내려간다. 물소리가 무섭다. 내가 무섬으로 시집오고 나서 이듬해 갑술년(1934) 대홍수가 나서 동네가 물바다가 됐다. 100여 채 가까이 되는 마을의 수많은 집들의 절반 정도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우리 초가 삼간도 떠내려갔다. 간신히 세간은 조금 높은 데로 옮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다. 더러운 황토 물살이 소리를 내며 강변을 집어 삼키다가 마을로 들어와서 차츰 집들을 휩쓸어 가는 모습은 내가 인생에서 겪은 가장 무서운 사건이었다. 물살이 공포를 자아내고 무서웠다. 아이들과 어른들도 다 무서워했다. 집안 가축들도 무서워했다. 시집살이 정이 들만 했는데 이런 천재지변이 일어나다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