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서평

이창복교수님의 멋진 인생 수필집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을 읽고

Kyuchin Kim 2021. 12. 31. 12:39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을 읽고

 

한국외대 독일어과를 20년 전에 은퇴하신 이창복 명예교수님의 최신 저서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10여년 후 나의 삶이 어떠해질까를 미리 진단한 책 같아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이창복 교수님은 스승 같으신 대 선배 교수님이다. 교정에서 만나면 늘 웃음을 띠시고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시던 기억이 난다. 용인 글로벌 캠퍼스에서 부총장 직을 맡으셨을 때는 더욱 적극적으로, 특히 우리 동유럽 대학 중견 교수들과 자주 만나고 학교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시고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시던 것이 생각난다. 나중에 총장 선거에 나오셔서 더욱 열심히 학교발전 계획을 세워서 우리들에게 설명하시고 지지를 부탁하셨다. 비록 꿈을 이루시지는 못했지만. 교수님으로서 학생 사랑은 지극하시고 후배교수들에게도 늘 예절을 가지시고 대하시던 게 생각난다. 학술지나 저서를 통하여 왕성한 연구와 저술 생활을 하시던 것이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부터 20년 전에 은퇴하신 후에는 거의 만나지 못해서 궁금하던 차에, 위의 자서전 적인 에세이를 냈다는 이야기와 은퇴 후의 삶을 지상을 통해서 알게 됐다. 너무 반가웠다. 85세이신 데도 건강하게 왕성하게 저술 활동을 하시면서 정년 후의 멋진 제2의 인생을 즐기시는 것을 알게 되어 교수님의 정년 이후의 삶이 나의 귀감이 될 것 같아 더욱 반가웠다. 나도 10여년 후에 저렇게 건강하게 활동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준다.

 

                                           이창복명예교수님(사진월간조선에서)

 

책은 프롤로그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 90세를 앞두고 조금 휘청거려도 참 좋은 노년의 심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평범한 하루를 무사히 마친 데 감사하면서 잠들고, 새 아침에 다시 눈 뜬 것을 감사해하고, 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고자 한다고 다짐한다. 저자의 일생을 평범하게 살았다고 고백한다. 그 지극히 평범한 가운데 극적인 유년 시절도, 청춘의 찬란한 꿈이 있었고, 학문이란 것에 매달려 멋진 중년, 장년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이제 젊게, 아름답게 늙어 가시면서 언제 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깊게 고뇌하고 사고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그러한 삶 가운데, 행복이란 무엇이고, 고통은 인생에 어떤 의미를 주고, 사랑의 소중함을 담담한 필치로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묘사하고 있다. 한편의 아름다운 수필이 평범하나 그 속에는 한 사람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손에 들고 하루 만에 읽어버렸다. 가독력이 뛰어난 수필집이다. 그리고 다시 중요한 대목을 다시 읽어봤다. 읽을수록 의미가 더 깊게 느껴진다. 그래서 느낌을 적어보고 싶다.

 

 

1은퇴하고 20년을 살아보니에서는 괴테가 한말 젊은 심장과 함께 늙어가는 것을 배워라를 모토로 삶에는 은퇴가 없으니 늘 매일 새롭게 다짐하면서 살아가는 게 진짜 인생이라고 한다. 우리 아버님이 늘 하시던 말씀인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실천하고자 한다. “황혼은 여명보다 아름답다고 하시면서 절묘한 비유로 설명한다. 토마스 만이 <베네치아에서 죽음>에서 묘사한 것처럼 저자도 일출보다는 일몰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우연인지 나도 일몰을 자주 목격하고 더 좋아하지만. 일몰은 내일 일출을 약속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침몰이다. 황혼은 장렬한 저녁의 죽음이라서 황혼을 바라보면서 존엄사를 생각한다. 황혼 예찬론을 편다. 노년에 들어서면 이 또한 수긍할 만하다.

 

          체코 온천 도시 바리안스케 라즈네(Mariaske lazne: Marian Bad) 공원에 있는 괴테와 울리케 동상

 

         한국외대 용인 글로벌 캠퍼스 일몰;2021.12.31.5시15분경, 이 글을 쓰고 집에 가는 길에 찍었다

 

노년에게도 사랑은 있다.” 레싱의 시구 노인이여, 그대의 머리카락은 늙었지만, 그대 정신은 생기발랄하구나.”에서처럼 독일 낭만주의 시인 괴테의 마지막 사랑을 일예로 들면서 비록 육체는 늙어가지만 사랑의 감정은 열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괴테는 72세 때 오늘날 체코의 온천도시 마리안스케 라즈네에서 17살인 울리케를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괴테는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의 반대로 이룰 수 없는 결혼이라 사랑의 슬픔을 안고 바이마르 공화국으로 떠나면서 그녀에게 비가 마리엔바트 엘러지 Marienbader Elegie"를 남긴다. 울리케는 괴퇴와의 참 사랑을 느끼고 그를 죽을 때가지 잊지 못하고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다. 훗날 그 둘을 기리기 위하여 그들이 산보하던 아담한 공원에 두 사람의 동상을 세워놓았다. 이교수님은 이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로 노년의 연애감정도 순수하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WHO가 섹스를 인간의 기본권리로 규정했듯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런 기본권은 유효하다면서 100세시대의 노년의 사랑과 성을 타당성 있게 다룬다. 괴테의 경우 사랑의 고뇌가 창작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문학이 이 고뇌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쿠오바 디스Quo Vadis, 노인을 위한 안식처는 어딘가?” 에서는 갑작스러운 형님의 죽음 이후, 90를 가까이 바라보는 홀로 남으신 형수님을 양로원에 모시는 이야기다. 하루 두 끼 밥을 하시는 부인이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지내기 좋아서,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왠지 너무 조용하고, 생기가 없고 인기척이 적은 그야말로 고독의 풍경이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70년대 독일에서 가족 드라마로, 일하느라 바쁜 중년의 부부가 노모를 양로원에 모시는 게 그렇게 슬프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부각시켜서 노년의 사회적 문제를 이상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던 이야기,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의 경험을 알려준다. 언젠가는 양로원에 가야할지 모르지만, 서둘러서 늙어버릴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가정에서 근력이 자라는 한 있고 싶어 하는 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 변명으로 부인이 선망하시는 듯한 양로원을 무시하는 척한다. 우리 모두 늙어 기운이 떨어지면 다들 한번쯤 고려해볼 문제인데 85세이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하신다.

 

2죽음을 생각하며 조금 더 살고 싶은 이유에서는 존엄사예찬론을 편다.

 

죽음을 기억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라고 좀 아이러니컬한 제목에서 고등학교 시절인 6.25. 전쟁 중에 목격한 젊은 용사의 죽음을 보고 죽음과 허무에 대한 생각이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았지만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죽음은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하고도 인지하지 못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철학적으로 해석한다. 죽음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결코 인지할 수 없는 존재적 주재라고 하면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존재적 부재를 가득 찬 유리컵과 빈 유리컵에 비유하여 엄연히 존재하나 내 삶 동안에는 존재한지 않는 죽음은 내 삶의 본질과 의미를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하이데거가 존재적 부재라고 실존적 의미로 규정한 죽음의 의미다.

젊었을 때는 인생의 꿈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노년에는 품위 있는 죽음을 생각해야 할 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다짐을 할까? 우리 이모부는 60세쯤에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그만 죽어야지 하면서 70, 80, 90 가까이 갈수록 그런 말씀을 안 하셨다. 더 늙을수록 더 삶에 집착하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본성 같은 데 교수님은 죽음을 멋있게 맞이하고자 고뇌하시는 모습이 글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다. 쉽지 않은 생각이다.

할아버지도 엄마가 있었다.”에서는 6.25 피난 가면서 광 지하실에 묻어둔 발재봉틀을 전쟁 후에 잿더미 위에서 캐내어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신 모친의 이야기가 정겹다. 그런데 부친의 사업 실패로 고리대금업자들이 그 재봉틀로 빼앗아 가버린 충격으로 돌아가신 모친의 이야이기는 눈물겹다. 우리 어머니도 일제 강점기 대동아전쟁이 한창일 시기에, 놋쇠 공출 차 순사들이 우리 집을 수색할 때와 6.25. 한국 전쟁 때 재봉틀을 부엌에 묻어 두었다가 파내서 돌아가실 때까지 이웃과 이웃동네 사람들에게 옷을 만들어주고 논, 밭 사고 자녀들 교육을 시키셨던 이야기를 상기 시킨다. 교수님의 모친이나 우리 어머님 다 같이 자식사랑이라는 인류의 공통점이 있다. 가슴 아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교수님 가족을 먹여살린 "발 재봉틀"

 

        영주 무섬마을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 우리 어머니의 유품 "손 재봉틀"

 

삶이 가벼워야 죽음도 가벼워진다.”에서는 오늘날 100세 시대에 잘살기well-being’ 못지않게 잘 죽기well-dying’를 논하면서 잘 살아가기 위해 최선의 방범은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잘 하는 것이다, 라고 강조하신다. 그러면서 급작스레, 행복하게(?) 돌아가신 백형의 죽음이야기를 하면서 오늘날 장례문화를 잘 묘사하고 있다. 화장과 수목장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과연 나는 죽으면 가족에게 장례를 어떻게 하라고 준비하고 있는가? 쉽지 않다. 나와 시카고대학 동문이신 대 선배이신 선경의 최종현 회장님은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도록 유언을 하셨다. 그렇게 해서 한국의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의 모범을 보이셨다. 지금은 화장이 대세다. 위대한 대기업의 창립자 혜안이 돋보인다.

은퇴 교수였던 백형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수많은 책을 정리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저자도 아직 서재에 수많은 손 떼 묻은 책들과 여러 잡동사니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 사실 학자가 한권 두 권 모은 책을 쉽게 버리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도 하루빨리 내 집 서재와 학교 학과 교실, 내 오피스텔에 있는 만 여 권의 책을 하루 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교수님 못지않게 온갖 잡동사니가 서재에 가득하다.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하는 것 즉 현재의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데 쉽지 않다.

코로나 트라우마로 시달린 48시간은 교수님 연세에 고민할 만한 일화다.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을 쓰신 저자가 이틀 간 고열이 나니, 혹 코로나에 걸려서 죽을 까봐 죽음을 두려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이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코로나 19로 죽을 경우, 장례식 문화도 멋지게 기술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동향출신 위대한 작가 정소성교수가 작년에 코로나에 걸려 돌아가시니 장례식도 없고 허무하게 살아남은 자들과 이별도 못하고 한줌의 재로 자연으로 돌아갔다. 교수님도 이틀간 고열로 고통을 하시면서 혹이나 코로나 19에 걸렸으면 선 화장 후 장례를 치러야 하는 끔직한 망상에 몸서리쳤다고 하신다

그러나 다행히 한바탕 헤프닝으로 끝나고 기뻐서 부인과 봄의 왈츠라도 추고 싶다고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의 멜로디를 타고 나오는 조수미의 노래를 즐긴다. 마음은 청춘이시다.

 

Die Lerche in blaue Höh entschwebt,

종달새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der Tauwind weht so lau;

부드럽게 불어오는 훈풍은

sein wonniger milder Hauch belebt

그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숨결로

und küßt das Feld, die Au.

벌판과 초원에 입 맞추며 봄을 일깨우네

Der Frühling in holder Pracht erwacht,

만물은 봄과 함께 그 빛을 더해 가고

ah alle Pein zu End mag sein,

, 모든 고난은 이제 끝났어라

alles Leid, entflohn ist es weit!

슬픔은 온화함으로 다가왔노라

Ah, ah, ah, ah, ah

Ah des Frühlings Stimmen klingen traut,

아 봄의 소리가 우리 집에서 처럼 다정히 들려오네

ah ja, ah ja ah o süßer Laut,

아 그래 그 달콤한 소리

ah ah ah ah ach ja!

 

https://youtu.be/08xsZ0vtZyw

                                  꾀꼬리 새처럼 노래 부르는 鳥수미 소프라노!

 

제 3장 행복을 부르는 마음에서는 작은 것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지혜가 돋보인다.

 

서재에는 인생이 깃들어 있기에에서는 교수님의 책 사랑과 책 수집에 얽힌 이야기, 귀중한 LP 수집이야기가 진한 여운을 풍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있는 서재에 앉아 있는 것이 바로 행복한 순간이라고 한다. 독일인 사업가한테서 받은 그라베르트의 <Geschitche der deutschen Litertur>(독일 문학사)가 서재에서 장서 1호가 된 이야기, 독일인 스승이 선물한 책, 제자 교수들이 기증한 책 등, 책 사랑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준다.

          내서재에 있는 베아트리체 윌진스키(B.W. 시카고 화가)의 <베네치아 보트>

 

나는 일만 여권의 장서 중 제 1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엇을 제 1호로 정해야 할까? 대학 시절 내가 쓴 일기장 한권? 아니면 어머니가50여 년 전에 남기신 1950년대 사회 교과서에 붓으로 아래한글로 쓰신 <경노의 심곡>일까? 내 서재에는 이교수님처럼 감동적으로 구한 책이 많지 않다. 한권 씩 구입해서 나름대로 사연은 있지만. 내 서재 걸린 작은 그림하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시카고에서 일요일 마다, 오랫동안 연노하신 이탈리아 계 미국 두 할머니 자매를 차로 교회에 모셔다 드렸다. 한국으로 귀국하려고 작별 인사를 하러 갔더니 80순이 넘은 베아트리체 윌진스키 화가가 벽에 걸린 그림을 내려서 주신다. 자기들은 곧 양로원에 가기 때문에 작은 가구 등 모든 것을 나씩 정리하고 있다면서. 베네치아 운하에 떠 있는 작은 보트를 바라보는 자매의 모습이 있는 그림이다. 매우 소박하나 따뜻한 기운을 풍겨서 자주 쳐다보면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들을 때면 나도 행복을 느낀다.

 

작은 친절이 행복을 선사한다.”에서는 80이 넘은 노년의 연세에 <삶을 위한 죽음의 미학>을 집필하기 위하여 모교인 독일 쾰른대학 도서관에서 고문서의 복사과정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독일인 젊은 사서의 친절을 통해서 경험한 행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사서에게 도움을 받음으로 행복을 느끼고 그 사서도 저자에게 친절하게 베푼 도움으로 행복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 행복의 비밀은 자신만이 향유하는 데 있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데 있다는 것을 개달았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내가 아는 행복의 묘약에서도 주위에서 경험하는 작은 것들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고 기술하고 있다. 헬스장에서 만난 중년 같은 몸을 잘 가꾸어 건강한 노인들에게서 기쁨과 행복을 목격한다. 거실의 형광등 안정기 수리기사에게서도 행복을 보았다. 공무원으로 은퇴 후 새로운 전기기술을 배워 제2의 삶을 멋지게 살고 있는 그의 삶처럼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늘 하면서 노년기를 보내면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이다. 늙어도 이처럼 개방적이고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이 행복하게 보인다. 행복하다는 것은 자기의 본성대로 살다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문하다.

행복을 찾아서에서는 카를 헤르만 부세(1872-1918)의 아래 시처럼 행복은 절대로 먼데 있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충고하신다.

 

산 너머 저 멀리 걸어가면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기에

, 나도 남들을 따라갔다가

눈물만 흘리고 돌아왔네.

 

산 너머 멀고 더 먼 저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4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고통이 있다 에서는 독일 시인 휠더린의 말 인생은 고통에서 양분을 얻는다를 인용하면서 인생은 고통의 길이고, 인간은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 성숙해진다, 라고 고통의 미학을 펼친다. 인간의 삶에 있는 두 가지 고통이 있다. , 가난, 힘든 일 등 육체적 고통과 절망, 열등, 고독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은 서로 불가해한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 그중에서 정신적 고통이 극복하기 더 어렵지만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한다고 한다.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로마서 8:18처럼 인간은 직면한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야한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욥기>에서 신은 욥에게 엄청남 시련을 주고 악마는 유혹하지만 욥은 절대적 신앙으로 모든 고통을 감내한다. 그렇다 인간은 고통을 겪으면서 종교적으로 변한다. 유교나 불교나 기독교나 본질적으로 인간은 죄를 짓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니 가능하면 죄를 짓지 말고, 할 수없이 죄를 지으면 참회를 하며 그로 인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니체는 고통, 오류, 열등감 같은 장애와 난관은 우리가 밟고 높이 올라가는 단계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지적인 자는 고통으로 더 현명해진다.

죽기도 하는데 이까짓 것이 뭐라고에서는 6.25. 피난길에 조우한 인민군 장교의 말에 큰 감동을 받았고 공부할 때나 사회생활 할 때, 어려움이 닥치면 늘 이 말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하신다. 어떤 고통이나 고통도 다 삶의 원천으로 삼는 지혜가 돋보인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입구 오른쪽에 있는 경당에 있다.이 피에타상은 유일하게 미켈란젤로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새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 유명한 작품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에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놓여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묘사한 것이다. 원래피에타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은 북방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 조각상이 제작될 당시만 해도 아직까지는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서 유행을 하였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표현은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마리아의 얼굴이 매우 앳되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나, 예수의 몸에 비해 마리아의 신체 비율이 매우 거대하게 표현된 점, 그리고 사망한 후 사후 강직이 일어났어야하는 예수의 몸이 부드럽게 늘어져있는 모습으로 표현된 점 등 매우 독창적으로 제작되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르네상스 시대 당시의 이상과 자연주의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예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또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생전에 만든 거대한 조각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완성을 끝마친 작품이기도 하다.

 

 

5장 "의미 있는 인생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시간들이다", 에서는 알베르트의 슈바이처의 명언 인생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남기는 사랑의 흔적이다.”를 표제어로 제시하고 인생에서 부모님의 자식 사랑의 숭고함을 논한다. 그리고 이 교수님의 중학교 소년시절 경험한 이성에 대한 사랑에 눈뜰 때 만난 소녀에게 연애편지를 보낸 일화가 재미있다. 가슴조리며 회담을 기다리는데 이외로 담임선생이 그 연애편지를 교실에서 공개하여 모욕을 주어서 복수를 마음에 품었다. 그러나 그 2년이 지난 후 그녀를 다시 만났으나 그 만남 자체가 좋아서 복수의 감정은 사라졌다, 거기에는 사랑의 힘이 있어서일 거다. 요코하마에서 마르세유로 가는 배를 타고 유학 가는 도중에 만난 소녀가 나중에 수녀가 되고 또 독일 수녀원에서 만난 수녀 지망생에서 피에타 상에 나타난 고뇌를 생각한다. 청소년 시절 만난 이 세 소녀이야기를 담담하게 묘사하면서 사랑의 본질을 느낀다. 그렇다 인생에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특히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은 성모마리아의 예수에 대한 사랑과 같이 무한한 희생과 조건 없는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살아 있음을 사랑하기라는 글 속에서 저자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도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랑은 베풀수록 커지고, 사람은 사랑할수록 더 강해진다. 삶을 사랑하는 자는 그 사랑으로 행복해진다는 것도, 그래서 삶을 사랑하는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세상에 베푼 사랑의 행위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세상과 이별할 때 인생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남겨놓은 사랑의 흔적이고, 그 흔적은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특히 어머님의 자식 사랑은 성스러운 피에타 조각상에 나타난 것과 진배없다. 이교수님은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성당 박물관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에서 어머님의 자식 사랑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어서 부부의 사랑, 독일 은사에게서 받은 사랑을 멋지게 묘사한다, 감동적이다. 이교수님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은 행운이고 행복이다. 그런 제자 사랑을 경험하고 한국에서 제자들에게 사랑을 베풀려고 노력해왔고, 제자 교수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랑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절은 시절 방황의 미로에서 학문의 길로 인도해서 오늘날의 교수님이 있게 한 것을 무척 감사해하신다. 이 글을 읽으니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이 기억난다. 5학년 때 담임한테 사랑을 못 받아 공부를 게을리 했는데, 6학년 담임선생님은 사랑과 칭찬으로 이끌어 열심히 공부하여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그런 것이 바탕이 되어 오늘 날의 나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랑은 이처럼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지고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에서는 자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자녀가 손주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고 계속되리라고 한다. 둘째 딸이 태어나던 해부터 키워온 창문 앞 철쭉에 대해 생각하며 자식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묘사한다. 해마다 봄의 향기를 먼저 알려주는 철쭉나무에서 생명의 신비로움 유희를 발견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에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철쭉나무처럼 우리 둘째 딸도 무럭무럭 잘 자랐다. 결혼해서 부모 슬하를 떠나 한 가정에 사랑의 뿌리를 내린 지 20년이 넘었다. 꽃나무 가지 치듯 두 자식을 키웠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주부로서 살림하고 가르치며 살아가는 세파 속에서 그녀의 사랑 역시 철쭉꽃이 피고 지듯이 때론 넘쳤고, 때론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은 성숙의 과정일 뿐이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듯이’, 우리 딸의 사랑 역시 메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엄마 사랑의 진목멱이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건 조건 없는 참된 사랑이어야 한다, 그리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사랑해야 하겠다는 것을 만년에 와서야 느끼시며 인색한 사랑의 배품에 부끄러워하신다.

 

노 교수님의 글은 이렇게 대미를 장식한다.

할 일이 있어서 감사했다.

고통이 있어서 살맛 났다.

 

사랑이 있어서 행복했다.

 

책을 읽고 나니 긴 여운이 남는다. 올해 한해를 마지막 보내면서 멋진 책을 만난 것이 기쁘고 행복하다. 10여년 후의 나의 삶이 어떠해야할까에 대한 답을 주는 글이다. 이교수가 연구했던 독일 고전주의 극작가 레싱의 시, “노인이여, 춤추어라, 나이 먹었을지언정! 이 무슨 기쁨인가, 이리 말하면: 노인이여, 그대의 머리카락은 늙었지만, 그대 정신은 생기발랄하구나!”라처럼 이교수님은 노년의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형형해지고 명료해진다고 한다. 이교수의 글에는 절제와 겸손이 있고, 유머와 유희가 있고 행복한 것들에 대한,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젊은 할아버지의 간절함이 있다.

사실 나도 7년 전에 은퇴하고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했다. 가능하면 체코에서 몇 년간 생활하면서 체코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여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정 사정으로 그것이 불가능하여, 가능하면 체코나 유럽 여행을 하고 취미인 세계 여행기 집필을 하려고 노력했다. 또 새로 배운 국궁을 더욱 연마하고 예전부터 하던 골프도 조금씩 즐기며 에이지 슈트(Age shoot) 목표도 정하고, 등산, 산악자전거 타기, 바둑 두기, 소설 읽기, 전국 역사유적지 및 유명사찰 탐방을 통해 국내 여행기를 쓰고 싶었다. 이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정년을 하고 나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보다 조금 일찍 은퇴하신, 선배겸 동료이셨던 체코,슬로바키아어과 K교수와 우연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앞으로 가능하면 체코문학 번역을 계속하자고 암묵적으로 약속했다. 우리는 함께 청춘-중년 시절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체코어와 체코문학을 너무 어렵게 배웠고, 30여년 교편생활을 통해 가르쳐왔지만 아직 체코어가 완전하게 정복되지 않아 고민하던 차다. 마침 체코 정부가 체코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하면 출판비와 번역 실비를 지원하고 있어 출판사와 상의하여 번역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 결과로 지난 7년간 7권의 체코 소설을 번역했다. 그 덕분에 체코에서 세계 체코문학 번역자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이르지 타이너 상(Jiri Theiner Award)을 금년에 받았다. 동양에서는 처음이라 기쁘기 그지없고 한 가지에 몰두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니 은퇴 후 번역에 전력을 쏟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이창복 교수님의 에세이는 많은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남은 인생을 더 보람되게 보내야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교수님 앞으로도 더 좋은 건강 속에서 좋은 글 많이 쓰시길 고대합니다. 가슴 뭉클하게 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책의 저자 이창복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1세대 독문학자로 문학과 철학, 종교, 음악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 영역을 아우른 독문학계의 대부이다. 은퇴 후에도 연구에 매진해 죽음에 대한 문학연구를 새롭게 개척해온 이창복 교수의 첫 에세이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은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당당하게 오늘을 사는 노년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늙음, 죽음, 행복, 고통, 사랑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40여 편의 글은 어느새 늙어버린 그러나 여전히 참 좋은 노년의 삶을 사는 법을 전해준다. 정년후, 미래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지 알고 싶은 독자여러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2021년 세모에. 學山 김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