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서평

미니단편집 <그녀 새끼손가락>을 읽고

Kyuchin Kim 2022. 2. 20. 11:59

<그녀 새끼손가락>을 읽고

주변의 삶에서 느낀 이야기를 쓴 영롱한 수필집 같으면서도 아주 짧은 단편소설 양식을 띤 주옥같은 26편의 미니소설집 <그녀 새끼손가락>은 읽는 재미를 주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이다. 러시아의 단편 소설가 체호프는 천재는 짧게 쓴다고 했다. 체코의 체호프라고 불린 카렐 차페크는 단편 소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옥같은 24편의 단편집 <첫 번 째 주머니 속 이야기>와 비슷한 형식의 24편의 단편집 <두 번 째 주머니 속 이야기>를 써서 단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프랑스의 단편작가 모파상, 미국의 단편작가 오 헨리처럼 백종선 작가는 단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우친 작가이다. 내 친구 이문열 작가는 단편 쓰기가 제일 어렵다고 했는데.

단편집 제목으로 따온 미니소설 그녀의 세끼손가락은 일상생활에서 보석처럼 찾아낸 휴머니즘 넘치는 이야기다. 잘못 배달된 편지로 인한 맺어진 인간관계가 어쩜 그렇게 발전 할 수 있는 지? 이웃과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조금만 이웃들에게 관심을 두고 함께 어울려 살면 참 아름다운 사회가 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웃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이웃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작품 하나하나가 이처럼 가족 간에, 이웃 간에, 친구 간에 우연히 만난 사람 간에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묘사하고 있다.

문 열어주지 말랬잖아에도 타인에 대한 잔잔한 애정이 넘치는 작품이다. 70-80년대 방문판매 책 세일즈맨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비록 남편의 충고를 저버리고 책 세일즈맨에게 문을 열어주었지만. 그 덕택에 세일즈맨은 새로운 용기를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는 계기가 되고 아들은 독서의 즐거움을 느낀다. 작은 일화로 멋진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신 정말 엄마 맞는 거야에서는 신혼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간난 아기의 울음에 짜증이 난 남편이 아내보고 그 원인도 못 찾는 다면서 당신 정말 엄마 맞는 거야, 고 빈정거리는 데 대한 아내의 서글픈 심정을 묘사하고 있다. 시어머니의 탓인 줄 알고 남편은 자기 엄마 보고도 화를 낸다. 이에 아내는 속으로 어머님, 저이가 정말 어머님 아들 맞나요?, 라고 내뱉으면서 화를 푼다. 결혼하면 누구나 처음 겪어보는 신혼살림의 고충을 약간은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족 간의 인간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금순이에 대한 몇 가지 추억도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청춘의 꿈과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 화자와 비슷한 또래의 금순이는 비록 식모이지만 떳떳하게 살아가는 청순한 소녀에 대한 작가의 추억과 사랑이 잘 표현되어 있다. 금순이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담하게 흥미롭게 묘사하는 작가의 글 솜씨가 대단하다.

몸의 시간은 노처녀의 애처로운 사랑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예술의 대상인 소중한 우리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의식한 노처녀는 혼자 사는 노교수와 묘한 사랑의 심리전을 벌린다. 그러다가 모처럼 절호의 기회를 만든 순간이 우연하게 걸려온 전화에 의해서 허망하게 끝나리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사랑을 갈망하는 노처녀의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사랑의 띠에서도 자그마한 배품이 이웃들을 즐겁게 해주는 이야기다. 인생에서 우연의 중요성도 깨우쳐준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은 사랑의 띠가 있어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작가는 작을 일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바람의 발자국은 이 단편집에서 꽤 긴 단편이다. 작가들의 몽골여행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몽골 유목민의 삶을 묘사한다. 모처럼 가족을 떠나 광활한 몽골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은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어디를 가나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다. ‘밤하늘 달님같이 밝고 화사한 그대가 사막에 오시던 날 반가운 손님이 왔다는 징표로 비가 내렸으니, 그대 그리워질 때면 붉은 나뭇잎에 내 사랑을 새겨 강물에 띄워 보내리다.’ 사랑은 떠나는 사람에게나 떠나보내는 사람에게나 그리움을 남기고 이별의 아픔을 준다.

매우 특별한 경험1”은 이 미니단편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작가의 휴머니즘 사상이 한껏 드러난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마음의 소통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 글을 읽고 인연이 되어 정신병원에 갇힌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교감하는 필자의 글에 소명의식이 뚜렷하다.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마주치는 것이 상대방과 교감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이 글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동정은 사랑의 기본이다. 측은지심이 인간의 기본이듯이.

죽을 때까지 춤을 추어라는 춤 예찬론이다. 그렇다 남자나 여자나 춤을 즐기면 인생은 행복해진다. 우연히 사고를 당해 알게 된 남자와 춤을 추면서 새로운 인생을 발견한 주인공 여자는 행복하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니,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코로나 19 팬데믹 때문에 춤을 출 기회를 박탈당한 주인공은 펜으로 춤을 추는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중세 때 흑사병을 피해 선남선녀들이 도시를 벗어나 적적함을 달래려고 어떤 성에 머물면서 이야기를 한 것을 모은 것이 <데카메론>이듯이 작가는 현대판 흑사병 때문에 팬으로 주옥같은 미니단편들을 쓰는데 열중하고 있다.

초희의 첫사랑은 잔잔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다른 단편들과는 좀 다르게 약간은 스릴 있고 드라마틱한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이야기가 어떻게 결말이 날까 궁금증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여러 재미있는 표현도 많이 나오고, 그 중에서도 아폴로 우주선을 쏘아올린 과학자보다 시인이 먼저 달나라에 가 있었으니 시인은 과학자 보다 위대해요.” 시인 예찬론이다. 또 첫사랑에 실패한 초희가 어려운 시집살이를 십년 째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초희 눈빛이 별처럼 반짝이는 건, 시를 쓰는 마음이 그녀 안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초희는 시를 쥐어짜듯 쓰지 않는다. 그냥 영혼의 울림을 짧은 순간에 자연스레 토해내곤 했다.” 시창작의 방법론이다.

이 단편 속의 화자는 초희를 위해서 초희의 은빛 갈대머리에 푸른 다뉴브 강을 선물하려고 유명작가가 된 초희 첫사랑이었다고 생각한 B작가를 만나서 그에게 초희 와의 첫사랑을 일깨우려하지만 실패한다. 낭만적인 사랑은 고뇌가 따르기 마련인가 보다.

말 탄 기사가 위기에 처한 공주를 구해주자, 공주는 청혼을 하고 둘은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와 닮은 우리 결혼 할래요?”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지만 묘사는 서정적이다.

 

https://youtu.be/oQ09VYdYKxw

 

금강산 세레나데에서는 90년대 한참 가던 금강산 관광의 경험을 멋지게 표현한다. 남측 작가들과 북측 작가들이 만나서 통일문제를 이야기해보자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 남측 작가들이 금강산 여행을 떠난 이야기다. 여행을 떠나면 누구나 마음이 들뜨고 뭔가 해프닝이 일어나길 은근히 기대라는 데 작가처럼 주인공 중년의 여류작가도 숫처녀처럼 뭔가를 기대하는 찰나에, 실제로 관광 중에 날아가 버린 모자를 주워준 키다리 아저씨와 세레나데를 부를 뻔한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금강산 관광을 계기로 원래 하나였지만 남북이 다시 하나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태산이 높다 하데 하늘 아래 뫼인데 사람들이 오르지 않고 뫼만 높다한 시조를 빗되어 남북이 하나 되도록 각 방면에서 시도해면 좋겠다는 암시를 한다. 북측 작가들과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시도 자체가 의의가 있다. 한민족 간의 인간관계를 에둘러 묘사한다.

현웅을 찾습니다.”는 가족관계 이야기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무엇이고 가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70-80년대 한국 중매쟁이에 의한 결혼 풍습도 보여준다. 부모로부터 유산 받은 돈 때문에 자매간에 소송도 곧잘 일어나는 사회풍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깔려있다. ‘재산을 남기지 않는 것이 최상의 유산이라는 말이의미심장한 말이 된다.

속리산 해프닝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여자 주인공은 우연히 장마철 비 오는 날 우산 속으로 들어온 남자에게 호감을 갖는다. 둘은 한두 번 더 만나고 남자가 엉뚱하게 속리산으로 등반가자고 하니 여자 주인공은 갈까 말까 조금 망설이다가 죽으면 썩을 몸. 죽어서 잘 썩으려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고 죽은 사람일 거라고 나름대로 합리화하고 또 경험보다 위대한 교육은 없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용기를 내어 속리산 등반을 따라가서 하룻밤 풋사랑을 나눈다. 여주인공은 훗날 장마철만 되면 그때의 생각에 잠기고 하는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맞선의 추억엄마의 지인이 간곡히 부탁해서 맞선을 본 남자와 세 번 만났다. 비록 중매쟁이가 물고 온 신랑감 치고 똑똑하지 않은 남자 없고, 신부 감치고 참하지 않은 여자 없다.’지만 코드가 안 맞아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훗날 바람결에 들려 온 소문에 의하면 맞선 받던 사람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연애도 없이 세 번 만난 게 전부인데 못내 오랫동안 여주인공을 잊어버리지 못했다는 그 남자를 가끔 생각한다. 왜 일까?

말이 씨가 된다면은 한 건물에 사는 세 여인이 모여서 커피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2층에 사는 젊은 새댁이 이웃 집 남편들은 돈도 잘 벌고 일찍 귀가하는데 자기 남편이 만날 늦게 오니 화가 나서 한마디 내뱉는다. “우리 집 남자는 밤12시 땡 지나서 만날 술독에 코를 처박고 들어오니 그런 웬수 안 잡아가고 귀신은 뭐 하는지 몰라요.”

이렇게 불만을 하자 4층 여자는 남자가 일찍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충고한다. 가끔 특식에 핑크 빛 란제리 입고 주홍색 조명 등으로 분위기를 마련하고 남편을 맞아드리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것을 실행도 못해보고 어느 날 밤 정말로 그 남편은 쓰러져 죽는다. 말이 씨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 땅에 떨어져 새싹의 독으로 자라는 줄은 모르기 십상이다. 늘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교훈을 풍기는 이야기가 위트가 있다.

반딧불이 화장실을 찾아라.”는 등산을 좋아하는 서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두 부부의 사랑싸움 이야기다.

아내보다 좋은 나무는 네 명의 여대생이 설악산 등산가서 만난 까만 뿔테 안경을 쓴 남자와의 사연 이야기다. 아내보다 좋은 나무는 무슨 뜻일까?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인연이 되어 만난다. 수경이라는 친구는 까만 뿔테 안경이 자기의 이상형이라고 한다. 까만 뿔테 안경의 가슴에는 영선이가 화살을 꽂는다. 화살 맞은 사랑은 한 곳에 머무를까? 그러면 이야기가 재미없어 작가는 사랑은 도망가게 돼 있다고 설정한다.

세월이 흘러 수경이는 해외 연수 도중 교통사고로 그 곳에서 뼈를 묻었다. 다른 친구 현진이는 남자친구가 생겨 자연스레 못 만나게 되었다. 영선이와 작가는 까만 뿔테 안경과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고 영선이가 까만 뿔테 안경을 좋아했지만 나중에 그는 유부남인 걸 알고 실망에 젖는다. 영선은 슬픔을 달래려고 캐나다로 갔다가 거기에 주저앉아 살게 된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뿔테 안경이 자기에게 화살을 겨누도록 설정했더라면 통속이 되어 버렸을까 하고 상상한다. 그가 아내보다 좋은 나무를 끌어안아도 좋을 테니까.

십자매 로망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모두들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십자매 한 쌍을 가지고 들어 온 남편과 티격태격하는 사랑싸움이 운치가 있다. 남편이 직장 나가는 대신 십자매 기르는데 취미를 가지지만 아내는 새 알레르기 등으로 못마땅해 한다. 새를 기르면서 세세한 관찰과 묘사가 압권이다. 새장에 갇힌 새의 신세나 집안에 갇힌 사람의 신세나 비슷하다. 새의 입장에서 볼 때 새는 사람을 보고 새장 바깥에 갇혀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십자매는 한 쌍이지만 머지않아 열 자매로 불어나기 때문에 십자매라 불린다. 비록 순간적이지만 사랑도 자주하고 번식력이 큰 애완용 새다. 번식력을 잃어버린 오늘 날의 인간의 위치와는 대조된다. ‘너희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 둥우리에 갇힌 너희들 신세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옥에 갇힌 우리 신세나 바를 바가 없구나. ‘라고 한탄하는 남편은 정말 단순한 사람이고 아내는 다양한 취미가 있어 그래도 신세가 나아 보인다.

마지막 이야기 꽃 담배 입에 물고는 가장 슬픈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가는 담담하게 가족 중 가장 소중한 아버지의 죽음을 묘사한다. 짧은 이야기 속에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네 가족 간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린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삶에 대한 애착이 있듯이 회복 불능에 걸린 아버지가 그래도 삶의 애착을 보이지만 열 달 째 중 환자 실에 입원한 아버지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 그건 정말 아름답다고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단편들 등 모두 26편의 미니소설집에는 세밀한 관찰력, 다양한 취미와 사물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인간에 대한 애틋한 정들이 녹아 나 있다. 백종선의 미니 단편집 <그녀의 새끼손가락>은 작가가 경험하고 관찰한 삶에 대한 이야기며 자전적이면서 단편소설형식을 띤 창작집이다. 오랜 삶을 살면서 하고 싶었던 여행, 독서, 영화, 음악,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갈망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여러 인간관계를 설정하고 작으나 기묘한 이야기로 엮어낸 주옥같은 이야기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에 이웃 간에 소통이 더욱 힘들어진 오늘날 겨울눈을 녹이는 따스한 봄기운 같은 이야기가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 인생에 대한 조용한 성찰이다. 삶을 투영한 에세이다. 절제된 언어를 사용한 산문시다.

 

2021.02.20. 學山 김규진

 

https://youtu.be/u1KbZdKvF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