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서평

포스코 기능공 출신 자전적 에세이 <돼지고기 계세요>를 읽고 學山 김규진

Kyuchin Kim 2021. 6. 26. 23:52

내가 좋아하는 경주 안강읍 옥산서원 근방에서 사시는 오만이(吳萬伊 50,002) 형님이 멋진 에세이집  <돼지고기 계세요>(We have honorable pork here)를 냈다. 얼마 전 오만이 선배님이 아래와 같이 책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했다. 포항이라 멀고 코로나 19탓에 가지는 못한다고 했더니 책을 보내왔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감상문을 써봤다.

초대장:

이번에 저가 경북중고46회 동기회 카페에 올렸던 글을 모아 난생 처음으로 수필집 <돼지고기 계세요>를 발간하였습니다. 당초 계획은 경로당 마당에서 조촐하게나마 출판기념회를 가지려고 했으나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집합행사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개인 또는 소그룹 모임으로 7~8회 나누어서 행사 예정입니다.

<중략>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옥산저수지를 포함하여 시골마을을 둘러보시면 반나절 소풍으로 좋으리라 추천합니다 부득이 참석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책을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성함(漢字)과 주소(도로명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책이 두꺼워(432p) 읽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는 분에게 무료로 드립니다.“

 

카롭고 유머 넘치는 세태 비평을 수필형식으로 담았다. 나처럼 오로지 가난을 벗어나고자 일생동안 몸부림쳤던 그의 인생이야기가 어쩌면 전쟁 전후 세대인 우리의 인생이 녹아있는 글이라 공감이 많이 간다. 지난 5-6년간 내한데 카톡으로 재미있는 글을 여러 번 보내와서 자서전을 꼭 쓰시던 지, 그 그들을 모아 책으로 내라고 설득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드디어 나와서 나도 무척 기쁘다. 소설이 아니고 수필인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책 안에 나도 오만이 친구이신 정남진 선배교수님도 내 친구인 이문열 작가도 등장한다. 영광스럽다. 책 제목 <돼지고기 계세요>는 에세이 집 첫 글에서 따왔다. 말같이 않는 문장을 책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속에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우리 국어사용의 잘못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이 글뿐 아니라 여러 수필들이 모두 작가가 겪어온 것들을 예리하게 진단하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책의 구성은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돼지고기 계세요,”에서는 작가가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썼다. 금방 읽는 재미에 빠졌다. 소설처럼 다음 장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필력이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이길 수 없는 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빈국의 하나인 북한이 여러모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모로 아직은 부족한 한국은 경제대국, 기술 대국 일본을 우습게 여긴다고 우리 한민족의 남을 우습게 아는 특성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비판하고 있다. 여러 가지 글을 통하여 결국 작가는 자기의 인생을 우회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수필 형식, 르포형식 자서전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읽는 재미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단순한 수필보다 훨씬 마음에 다가오고 공감을 느낄 수 있다.

https://youtu.be/ItABP4fg5ws

2도덕산은 알고 있다에서도 작가가 경험한 것들을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어느 글하나 그냥 넘기기 아까울 정도로 날카로운 풍자와 작가의 예리한 사회진단, 역사 진단이 엿보인다. “학도 의용군6.25.에 동원된 전사 직전 긴박하게 써진 한 젊은 학도의 마지막 편지를 통한 애절한 사연을 전하지만 실상은 전쟁의 비참함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는 사실 학도의용군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도 제대로 예우를 못하고 있다. 앞으로 반드시 법을 정해 그들의 넋을 기리고 그 후손들에게 예우를 해야 한다. “나는 천재다에서는 웃음 속에 눈물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생애 중 성공적인(?) 장면을 압축하고 있다. 아니 오만이 형님은 천재적인 기질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 때를 못 만나 그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글로서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3짜장면도 된다에서도 작가가 정말 한글에 대해 대단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어학자 못지않다. 천재적인 글 쓰는 재주가 여기서도 돋보인다. “정신과 의사들이나 사화학자의 말을 빌리면, 사회가 피폐할수록 우리말이 경음화(된소리)된다고 한다. 소주-쏘주, 주꾸미-쭈꾸미, 부러지다-뿌러지다, 질리다- 찔리다 등이 곧(?) 표준어가 될 성싶다.”고 한다.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변했으니까. 날카로운 지적이다. “막노동꾼 치과의사에서는 정말 우리사회의 병폐를 꼭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일본은 머리 좋은 젊은이들이 과학에 몰두하는데 우리나라는 돈 벌기 위해, 출세하기 위해 법대나,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을 가고 과학을 등한시한다고 비판한다. 16세 최연소 천재 학생 배모 군이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에 합격하고 또 나중에 연대 치의과에도 합격해서 그리고 가는 것을 보고 일갈한다. “배군 치의과 2년 다녀보고 군대 갔다 온 후, 컴퓨터 분야로 가거라, 너 같은 젊은이가 과학 강국 만들어야 여러 사람이 잘 사는 나라가 된다고 강조한다. 막노동꾼 치과의사가 쉬운 직업인줄 아는 모양인데 치과의사를 사위로 둔 사람으로서 간절한 부탁이다.” 이정도면 작가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단하는 게 보통이 아니다. “도둑놈 소굴이라는 글에서 국회의사당 청와대 등을 비밀리에 나쁜 일 꾸미는 무리들이 모이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복마전(伏魔殿)이라 칭하면서 부패한 정치인들을 힐난하게 비판하는 데는, 웃음 속에 날카로운 비수가 숨어 있다. 예리한 진단이다.

 

오만이 부인, 권영재 박사 부부 일본인  쿠사바 사토미(草場里見). 나가사키 평화공원

4여행기는 멋진 르포 기행문학이다. 어디를 가나 관찰력이 대단하다. 메모와 기록이 습관이 된 여행기 작가 모습이 들어난다. 나도 여행하면 꼭 기행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이 장르를 잘 다루는 솜씨가 부럽다. 사업에 실패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할 때 자기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글을 써보라는 친구 권영재박사의 충고에 따라 이 수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군의관이었던 권영재 씨가 쓴 소설 <아련한 기억 속의 어느 봄날>을 일본어로 번역한 쿠사바 사토미 씨가 일본어 번역 책 출판을 기념으로 권영재박사와 오만이 님을 일본으로 초청하였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작가와 개띠 띠동갑인 쿠사바 씨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셋이서 과거 일본과 관련된 경주, 대구 등 영남일대를 56일 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안내한 여행기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치밀한 기록 속에 일본인 쿠사바 씨의 한국에 대한 놀라운 관심과 기록을 찬양하고 있다. 나도 그러한 곳을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디테일한 글이다.

 

봉화 봉감 모전석탑(국보)  쿠사바 사토미(草場里見).

세 사람의 우정을 논어(論語)-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증자(曾子)의 말, “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부터 인을 돕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라고 압축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친구유형을 살짝 다룬다. “결국 권영재군과 쿠사바 씨 그리고 나는 서로가 무언가를 배우고 또한 성숙을 위해 모인 친구라 생각한다.” 쿠사바 씨도 함께한 한국여행기록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의 블로그에 올린, 이 일본어판 책 <어느 한국 군의관의 도전>에 어떤 날은 무려 350여명이 접속하였다고 한다. 이에 질 수 없다하고 오만이 님도 동기회 카페에 이 여행기를 올렸고 이를 모아서 이번에 책에 실었다.

이 여행기에 나오는 영남지방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일본인들의 삶을 흔적과 독특한 음식을 파는 식당문화 등을 잘 기록하고 있다.

넷째 날 이문열 작가의 고향 영양 두들마을과 이 지방여행담에서 이문열 작가의 인생을 살짝 다루고 있다. 여기에 나도 등장한다. 수백 년 전에 장계향 선생이 기록한 음식다미방이야기도 나온다.

마지막 날 여행한 부산의 용두산 공원의 유래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쿠사바 씨가 여행하면서 수첩에 치밀하게 기록하는 모습에 우리가 일본인으로부터 배어야할 점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이의 견해에 동의한다. 여행은 기록하면 기록할수록 좋은 자료도 되고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르포문학이 크게 번창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게 기록문학이다. 세계의 위대한 작가들 상당수가 이런 기록습관으로부터 유래됐다.

 

                     파월장병 오만이: 띠 동갑인 丙戌生이시고 작고하신 우리형님 월남서 찍은 사진과 비슷하네요. 

              월남전쟁 작전중인 헬리콥터: 나도 포병출신인데 이런 시누크(?)와는 훈련못해 봤네요.

월남전 참전 군인들 57년 전 전투수당 아직도 못 받아 그분들의 명예와 권리도 존중받아야 

5월남 참전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오만이 선배님과 동갑이신 우리 형님도 동시대에 월남에 돈 때문에 지원했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셔서 아쉬웠는데 오만이 작가님의 월남전 참전기를 읽으니 글 속에 형님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가난 때문에 돈벌려 가서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이것은 물론 단순한 월남 참전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빌어서 비인간적인 전쟁의 참혹함, 군대 제도, 사회모순 등 여러 가지를 가볍게 터치하지만 날카로운 비판이 많다. 나도 대학에 복학할때 등록금 좀 마련하려고 월남전 지원했다가 전쟁 끝 무렵이라 무산되었지만 그 당시 정말 죽음의 전쟁터에 돈벌려간 가난한 한국 병사들이 꽤나 많았을 것이다. 비록 국가가 대부분 참전 수당을 착취해버렸지만. 내 친구 들 중에서 월남전 참전 이후 고엽제로 평생토록 고생하고 있는데 오만이 님도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6,25 한국전쟁에 의해서 희생된 가족이나 월남 전쟁 참여 용사들한테 우리는 정말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차적인 책임은 독재 대통령으로 평가 받은 박정희 장군과 이어서 집권한 두 장군 대통령들이지만,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언젠가는 이분들에게 착취한 돈을 돌려줘야한다. 물질적으로 충분히 예우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라도 정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앞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는가. 작가는 월남전에서 전사한 병사들 중 고관대작의 아들이 하나라도 있는지 준엄하게 묻는다. 낯부끄러운 우리 역사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우리나라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남 군인과 미녀???  작가 오만이 월남서 만난 애인? (혹, 김세레나가수 닮았네요?)

비록 전쟁터이지만 죽은 적군의 시신에 대고 대검으로 찌르는 연습은 비인간적이라는 작가의 휴머니즘 정신이 돋보인다. 군에 근무할 때 참전 용사가 제대하기 전에 우리포대에 와서 몇 개월 함께 지매면서 월남전 참전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참전용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월남 전쟁 참전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적군의 시신에 대고 총을 쏴보고, 대검으로 찔러보고 담력을 키운 다음, 매복 등 전투에 임할 때였다고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비굴한 행동으로 전쟁이야말로 없어야 된다.” 고 작가는 항변하고 있다. 백번 옳은 말씀이다.

월맹보다 무기나 경제적 수준이나, 우방의 지원이 훨씬 우월한데도 월남이 패망한 이유를 잘 꼬집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내 반전주의자들의 입김이 너무 강해서라고 하는 대목은 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월남정부 지도층의 무능력과 부패가 가장 큰 원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오만이 작가는 인도의 간디는 나라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사회악(社會惡), “원칙 없는 政治”, “노동 없는 ”, “良心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道德 없는 商業”,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를 들면서 우리나라도 어느 하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 한다. 월남의 패망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우리도 깨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월남 참전의 교훈과 국립묘지에 먼저 묻힌 선배들이 남긴 말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를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지당한 말씀이다. 전쟁을 모르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되고, 나라 사랑에 대한 그의 마음이 보인다. 모든 일이 특히 전쟁은 평화 시에 더 긴장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월남 전쟁 참전기는 따로 책을 내도 좋을 정도로 읽을거리와 깨달을 것이 많아 좋았다.

 

마지막 6데카메론은 정말 읽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지난 2년간 코로나 19 전염병으로 방콕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써서 선사한 것이다. 마치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에 보카치오가 선남선녀들 10명이 흑사병을 피해 피렌체 근방 성에 갇혀서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쓴 것을 상기 시킨다. 글 하나하나에 작가 일상의 사상이 녹아 나 있다.

첫 글 담배는 마약인가에서 본인의 흡연과 금연의 경험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들 중 하나가 금연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금연을 못하는 불쌍한 영혼들에게 일침을 한다. “금연을 못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담배는 단속하지 않은 마약이라고 생각한다.“

 

성 선진국이야기도 날카롭고, 다만 이야기 끝에 혁명을 일으켜 가난을 어느 정도 구제한 박정희의 공적을 무시하고 그의 여러 죄 중에서도 친일파란 것을 이번정부가 덧씌운 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덧씌운 게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다. 청년시절 멋모르고 일본 천황에 두 번이 혈서로 서약하고 일본육사를 나와서 관동군에 편입되어 우리 독립군을 때려잡았던 죄가 엄연히 있다. 일제가 패망 후, 독립군 후손들은 오랫동안 가난에 허덕이며 사는데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은 득세하고 잘 살아오고 있는데, 물론 지나간 친일 죄를 너무 따질 일은 아니지만 친일한 많은 인사들이 한 번도 제대로 자신의 젊은 시절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점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전두환의 죄는 만천하가 아는데 경제 좀 부흥시켰다고 칭찬하지 않는 이 시대를 원망하고 있는 것은 이글 성 선진국에 왜 붙여놨는지 사족(蛇足) 같은 부분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승격한 강아지와 고양이 이야기인 반려동물이란다도 귀여운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우리 시대에 아직도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데 가만둬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 글도 곰씹어볼 만하다. 반려동물로 키웠으면 제발 병들었다고 유기하지 말고 죽으면 엄숙하게 장사지내주라고 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애완용 동물 키우는 풍습도 알려준다. 애완동물로 한국은 개를 선호하고 일본은 고양이를 선호한다. 우리나라는 감탄고토(甘呑苦吐) 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성격 때문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많다고 한다고 하면서 반려동물의 사회적 문제를 지적한다. 개와 고양이 이야기 중에서 돈이 있으면 게을러진다는 것을 비유한 배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라는 속담을 이야기하면서 진짜로 집안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는 고양이는 쥐를 잡아도 먹지 않는 이야기를 예로 든다. 정신전문의 한테 물어봤더니 먹는 것이 학습이 안 되어 그렇단다. 그러니 위의 속담을 배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아도 먹지 않는다.”로 바꾸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글에 재치와 유머가 있다.

 

빨갱이라는 글에서도 그 말의 어원과 잘 못된 사용을 멋지게 지적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작가는 건전한 보수여서 그런지 아주 합리적으로 이렇게 정의한다. “빨갱이, 현재는 일부 극우세력이 정치성향을 따지지 않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확실한 근거도 없이 몰아붙일 때 쓰는 단어로 의미가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종북몰이. 제일 흔하게 쓰는 좌빨도 좌파 빨갱이를 의미한다. 간첩이나 사회주의 계열 사람들을 빨갱이라 부르는 것만 맞지만 그 외는 빨갱이라 부르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 말에도 모순이 있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체제를 달리하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자유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믿는다고 빨갱이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상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까.

 

행복한 임금님이란 글을 통해 볼 때 정말 작가는 정상인들과 장애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그들을 돕는데 실천하는 용기 있고 건전한 젊은 할아버지다. 본받을 만한 선배이시다.

책 한 권이라는 에세이도 멋지다. 여기에도 작가의 일생을 다른 방향으로 압축해 놓았다. 보통 사람의 자서전이라면 누구나 읽기 쉽지 않지만 이러 식으로 에둘러서 자기 이야기를 써 놓으면 누구든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의 자연스런 의도와 글재주가 대단하다.

그는 고희가 넘도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생에서 네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누구나 그 연세가 되면 느낄 만한 것이다. 첫째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둘 째 참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셋째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네 번째로 일생동안 포스코 기술직으로 경험하고 기록한 것이 있었는데도 후배들을 위해서 준비만 하고 기술서적 한 권을 내보지 못한 것을 평생 후회하며 살아 왔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친구인 권영재 주치의가 우울증에 걸린 작가를 보고 글재주가 있으니 글을 쓰라고 강권하였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우울증도 극복하고 책도 내게 되었다. 결정적 찬스는 이문열 작가를 만나서 충고를 들은 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문열 작가와의 대화를 보자. ““나이 70에 글 써서 책을 낼 수 있겠습니까?” 했더니 대뜸 하지 마소!”라고 한다. 나를 경쟁자로 보지는 않을 텐데, 재차 소설을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수필로 책 한권 내고 죽는 것이 소원이요.” 했더니 그라마 써보소한다. 그러면서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속으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으면 일기장에 불과합니다. 라고 덧붙여준다.”

 

수필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필자김규진(안동고17회), 경북중고 46회 동창들: 오만이 친구들, 윤창준, 이문열(안동고17회),구국본,김철균,정남진, 권중현(앉은사람).

요즘 때나 개나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서광증(書狂症) 환자(graphomania)가 많다고 밀란 쿤데라가 지적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 소설은 절대로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수필은 다르다. 그래서 글 쓰는 데 더 용기를 얻어서 쓰기 시작했고 결국 이 책이 나왔다.

 

오만이  여성분?  이문열  필자 김규진,

용기를 내 보자! 내 뒤에는 권영재란 든든한 빽이 있다.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끊고 이어주는 요령과 비빔밥에 참기름 한 방울 톡 떨어트리면 맛이 확 달라지듯 단어하나 추가시키는 재주도 가르쳐준다.”

이러면서 작가는 읽히지 않은 책이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르게 쓰기>을 열심히 탐독했다고 한다. 준비된 선수답다.

꿈속의 넋에서 우리 교육에 있어서 한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처럼 나도 어릴 때 千字文을 다 떼고 유몽선습(幼蒙先習) 배우다가 박정희 장군이 한글 전용을 강조하기 위해 한문을 폐지한다하여 한자 배우기를 소홀히 하여 내 인생 교육에서 많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중인데. 오만이 작가도 이를 무척 아쉬워해 늘그막에 한문을 배워 상당한 수준에 오른 이야기를 하면서 이조시대에 한문에 능통한 불행했던 한 여인이었던 이옥봉(李玉峯)의 한시 하나 夢魂(꿈속의 넋)를 소개하는데 너무 멋져서 여기에 옮겨봤다.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요사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달 비친 창가에 소첩의 한이 많습니다.

만약 꿈속에 넋이 오간 자취가 남는다면

문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1550년대 살았던 한 맺힌 한 여인의 애닮은 시를 오만이 수필집을 통해서 배웠다. 그의 말대로 허난설헌과 황진이 시는 여러 번 들어봤지만 그에 못지않은 여류시인을 또 발견했다. 이 수필집을 읽은 덕분이다. 최근에 한국외대 글로벌 캠퍼스가 자리한 용인시 모현읍 왕산 중턱에 이사주당의 묘를 정비하고 그녀가 쓴 책 태교신기(胎敎新記)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예비엄마들을 위해 멋진 태교 길을 만들어 났다. 이 책은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10개월간 자랄 때가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책이다. 세계최초의 태교에 관한 책인데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이사주당(李師朱堂)은 이율곡의 모친 사임당신 씨 다음 가는 훌륭한 여류작가인데 최근에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들 국어학자 유희(柳僖. 1777~1837)가 이 책을 그 당시에 한글로 번역했었다. 이옥봉, 이사주당 모두 최근에 알게 된 두 위대한 여류작가다.

 

                          한국외대 용인 글러벌 캠퍼스 뒷산에 조성된 태교길

                                                     세계최초 태교 책

데카메론 8번째 이야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를 이야기하면서 원래 이 노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우리소원은 독립이었다, 고 고증을 하면서 작가의 통일관을 이야기한다. 어설픈 통일은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북한이 통일로 인한 사회문제가 민족적인 문제보다 더 크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우려한다. 단일민족, 백의민족, 삼천리금수강산, 동방예의지국 같은 것에는 관심 없고 자기 아파트 마련에 꿈을 키우는 많은 젊은 세대들처럼, 통일보다는 각각 독립국가로 살아가지고 주장한다. 의의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맨 처음 가사처럼 우리의 소원은 독립을 부르며 미국, 중국,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자고 외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무기도 개발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데카메론 9번째는 아버지의 일생이고 10번째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이야기다. 작가와 비슷한 연령의 가난한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누구나 와 닿는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 이야기나 그의 어머니 이야기는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이야기다. 작가가 기묘한 방법으로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를 멋지게 애달프게 기록했다. 그의 글 솜씨도 좋고 이야기 풀어나가는 방법도 좋다.

“‘라는 존재는 없고 오직 아버지라는 역할에만 충실했던 아버지, 아버지란 책임감으로 가족의 생존을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께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억지로 갔다 붙이면, 경북중학교 마크가 찍힌 문패를 보고 동네 어른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똑똑한 자식 뒀다고 칭찬소리를 듣게 해준 것으로 효도를 대신한다.” 그의 아버지나 가문에 대한 효도를 이렇게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이 기묘하다. 시골말로 걔가 뉘 집 자식인지 정말 착하고 훌륭하구나. 가문을 빛낼 인물이구나.

째지게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 남의 생활을 부러워하는 것이라며 만아, 배고프거든 물을 마셔라고 한 어머니의 말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자신을 희생하며 자식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시킨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거룩한 어머니에게 효도한번 제대로 못해서 <불효자는 웁니다>란 노래로 어머니를 생각하며 데카메론 이야기도 끝내고 그의 수필집도 대미를 장식한다.

훌륭한 수필로 기록한 그의 인생 이야기, 나처럼 찢어지게 가난 했던 젊은 시절을 잘도 이겨내고 오늘까지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오신 오만이 형님의 인생 르포를 읽고 나니 공감이 많이 간다. 앞으로도 남은 생애 동안 많은 봉사를 하시면서 더 좋은 글을 쓰기를 고대해본다.

저자 오만이(50,002)2020년 가을 우연히 <국제문예>에 글이 소개되어 수필가로 정식 등단하였다. 이 수필집은 저자가 경북중고 46회 동기회 카페에 올렸던 글을 모아 수필집 <돼지고기 계세요>를 발간하였다.

 

"기능공 출신의 저자는 여태까지 살면서 겪은 경험과 느낌을 생각나는 대로 편지 쓰듯 써 모아둔 걸 정리해서 이번에 어렵사리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IMF와 은퇴를 겪으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친구의 권유로 다시 글을 쓰게 된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삶의 기쁨을 되찾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인생행로를 여러 독자와 나누며 공감하고 싶어 한다." 라는 출판사의 인터넷상의 책 소개는 너무 간단하다. 좀 성의껏 소개 문구를 올려야 책이 좀 더 팔 릴 텐 데. 아쉽다.

 

여러분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아래 사진은 吳萬伊 친구의 수필집 〈돼지고기 계세요〉出版記念會 (daum.net)에서 따왔다.

작가 오만이님이 자주 찾아 영감을 받는 독락당(樂堂): 일찍이 이언적님이 자연과 벗하고, 시를 읊고, 학문을 닦고, 사색하며 지냈던 것처럼

금일봉 전하시는 대구 출신 친구 장정호님과 수필집 좀 팔리는 모양입니다.

작가 오만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옥산서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도 자랑해서 꼭 가보 싶은 유적의 하나: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중 양동마을의 일부로서,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의 하나로서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었다.

 

야구선수시절 오만이: 제44회 전국체전(전주)에 고등학생이 대구 대표팀(야구)에 부정선수?로 출전.
뒷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1959년 동도국민학교 졸업사진(제일 오래된 사진) 뒷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오만이 학생

https://mnews.joins.com/article/24090727#home

[시론] 월남전 참전 군인들의 명예와 권리도 존중받아야 - 중앙일보 (joins.com) 

 

[시론] 월남전 참전 군인들의 명예와 권리도 존중받아야

전·노 정부 시절에 월남전 참전자 출신 국회의원이 36명이나 됐지만, 참전자 보상을 위한 정책과 법안 논의는 못 했다. 월남전 참전자는 지금까지 전투수당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월남전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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