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2년생 김지영>와 동명의 영화를 보고

소설 <82년생 김지영>와 동명의 영화를 보고

 

movie.daum.net/moviedb/video?id=124806&vclipId=61823

2016년 출간 2년 만에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는 조남주의 소설 소설 <82년생 김지영>는 2019년 가을 영화로 만들어져 세상의 이목을 받았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그리고 있다고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아직 보지 못해서 소설이라도 읽어야 되겠다고 하는 참에, 아내가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 동안 기다리면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 김지영 씨가 육아문제로 정신적인 노이로제에 걸려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을 남편 정대현 씨가 듣고 기겁을 한다. 어느 추석날 시댁에 갔다가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아내의 말에 더욱 놀라서 부리나케 서울로 돌아와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소설의 시작은 이처럼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가 앞으로 전개될 거라고 기대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다음 장을 펼쳤다. 그러나 소설 시작의 상상과는 달리 소설은 김지영 씨가 1982년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서 대학 생활, 그리고 직장생활, 결혼과 아이 때문에 퇴직해서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한국의 한 여성처럼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성장 소설 같다. 그녀의 일생의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그린다. 중간 중간에 뭐 특별한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 뭐 소설이 이렇게 흘러가지하고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육아우울증 비슷한 것으로 김지영씨가 자신의 목소리 대신 타인의 목소리로 여성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주인공 김지영 씨의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남성 우위의 사회구조에서 미쳐가는 한 여인의 고민을 안타까워하면서 손에 땀을 쥐고 읽어나갔다.
필자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긴 여성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이 이 소설을 통해서 얼마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는가를 말해준다. 지난 몇 년간 여성문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미투(me too) 사건이다. 얼마 전 서울 시장이 그런 사건으로 자살까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을 위해 어느 누구보다도 더 노심초사했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서울 시장 박원순 씨가 바로 그 문제로 아무 해명도 없이 자살해버려서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여성의 문제를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미묘한 것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우리나라 전통 사회에서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 할머니 세대는 딸인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여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꾸어지겠지 생각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았다. 해방 이후 현대에서 어머니 세대는 딸의 세대에 대해 사회인식이 좀 더 나아지겠지 기대가 컸을 것이다. 약간은 향상되었겠지만 사회관습에 뿌리박힌 잘 느끼지 못하고 보이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멸시는 상당히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바로 이 문제를 이 소설은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21세기 여성들은 훨씬 덜 차별받는 삶을 살아가게 될까? 아마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냥 얻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들이 부단히 자신의 권리를 얻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사회분위기가 조성 되어야 할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김지영 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해서 뭔가를 성취한다. 반면에 그의 딸인 김지영 씨는 별로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통계적으로는 딸의 세대가 더 큰 소리치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김지영 씨는 대부분 그런 것을 속으로만 표출한다. 작가의 의도이다. 더욱 감동적이디. 작가는 김지영 씨의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작은 에피소드를 들어가면서 그런 여성에 대한 암묵적인 무시를 차별을 고발하고 있다.
김지영 씨는 집, 학교, 거리, 회사 등지에서 자신이 부딪히는 여성혐오 분위기를 느낀다.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말하지만 예민한 여성이 아니라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다만 불평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youtu.be/yZlsKqAHndc

여성인 주인공의 할머니조차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 손녀들이 “감히 ” 귀한 손자의 것에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아직 그 사회에는 남존여비사상이 할머니세대에게 배여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김지영 씨에게는 그렇지 않다.
더욱 한심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남자 짝꿍이 김지영을 좋아해서 괴롭히고 놀리니 친하게 지내라고 담임이 충고한다. 고등학교 시절 노출증 환자 바바리맨을 체포해서 경찰에 넘긴 친구들이 칭찬을 받는 게 아니라 학교 망신시켰다고 근신처분을 받는 시대를 김지영 씨는 경험한다. 또 심지어 밤길에 남자에게 위협을 느꼈다고 하는 김지영 씨를 아버지조차 위로하지 않고 여자가 단정하게 차려입고 다녀야지 하면서 자초 한 일이라고 딸을 꾸중한다. 한심한 장면이다. 아버지세대는 당연한 걸로 생각하지만 딸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 김지영 씨는 주변 인물들로부터 어처구니없이 부당한 상황을 당하면 거의 대부분 항의하지 않고 참아버리고 혼자서 고민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성들은 그런 상황에서 참아버리는 현실이다. 김지영 씨는 그런 것들을 속으로 참아오다가, 어느 때부터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부당한 대우를 말함으로써 주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특히 아이를 낳고 엄마로써 가정에 유폐되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물론 이전에 딸, 여학생, 여자친구, 여직원, 아내, 며느리로소의 삶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되고부터는 완전히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도, 일도, 꿈도, 인생도 심지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느낌을 경험한다. 매사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육아우울증 같은 증세를 경험한다. 생활 속에서 남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말로 아기를 돌보는 가정주부 김지영 씨를 “맘충”이라는 등 여성혐오적인 말을 내뱉는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김지영 씨의 삶에 영향을 끼쳐서 결국 정신과의사를 찾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의 끝은 과연 김지영의 딸 세대에는 사회의 통념이 좀 많이 바뀔까하고 의문을 제시하면서 끝난다.
소설을 다 읽고,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 소설의 미묘하고 세세한 것은 다 표현하지 못했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김지영 씨의 고통을 통해서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1982년 봄에 태어나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 때론 어딘가 갇힌 듯 답답하기도 하지만 남편 정대현(공유 분)과 사랑스러운 딸, 그리고 자주 만나지 못해도 항상 든든한 가족들이 김지영에겐 큰 힘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는 김지영. 정대현은 아내가 상처 입을까 두려워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김지영은 이런 정대현에게 언제나 “괜찮다”라며 웃어 보이기만 하는데…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다. 우리는 타인을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는 소설보다 더 비극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다. 둘 다 드라마틱한 장면은 없다. 영화에서도 원작처럼 중심적인 악역이나 극적인 전개나 극단적인 갈등이 없이 오직 김지영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영화에서 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이끌어 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몰입 도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러나 김지영 씨의 가족 구성원들과 그녀가 경험한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이나 가정부주의 삶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통념적으로 한국사회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살기 좋다는 말이 있는 데, 이는 모순이 많고 남성 우월적 사고에서 나오는 말이다. 21세기에는 여성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기대해본다.
마침 체코어 PDF판을 번역원에서 심사 하라고 보내왔다. 체코어판은 2019년 브르노에서 출밮되었다. 번역가는 Tomas Horak이다. 체코어로는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기대된다.
<프랑스어역 '82년생 김지영'은 로베르 라퐁 출판사의 임프린트인 닐 출판사에서 지난 1월 출간됐다. 프랑스 문학 전문지 '리르'는 “한국여성이 겪은 사회 차별을 다룬 이 소설은 한국의 프리즘을 넘어 전 세계에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서점 관계자가 추천하는 서평지 '파쥬'는 “이 소설이 지닌 주제의 보편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소설에 실린 통계의 수치는 다르지만, 여성들은 같은 고통과 차별,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곧 이 소설에 공감하게 된다”고 평했다.> (세계일보: 2020.07.14. 양다훈 기자)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조남주의 <82년 생 김지영>도 영어로나 외국어로 더 많이 번역되어 권위있는 국제 문학상을 기대해본다.

 

 

 

https://movie.daum.net/moviedb/video?id=124806&vclipId=61823

https://movie.daum.net/moviedb/video?id=124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