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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젠 여행과 맥주 박물관 탐방기

Kyuchin Kim 2022. 6. 3. 17:32

플젠 맥주박물관 탐방기

 

 

몇 년 만에 플젠에 오니 엄청나게 변화 된 모습이다. 1990년 이래 여러 번 와 봤지만 이 번 만큼 변화된 모습은 처음이다. 프라하에서 차로 1시간이면 올수 있는 플젠은 프라하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90km 떨어져 있다. 플젠은 1295년 체코왕실 도시로 시작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바나교수의 부모님 댁에 가는 길에 체코 서쪽지방에서 가장 역사적인 도시인 플젠을 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세계에서 최초의 맥주 공장과 맥주 박물관을 찾기로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필스(Phils)라는 라거 맥주가 바로 이 플젠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 그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맥주공장 정문의 아치는 개선문 같다. 무슨 공장이 거대한 별돌 굴뚝만 없었더라면 박물관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체코 영화 <단발머리>에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이러한 높은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서 블론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야단법석을 떠는 장면이 생각난다. 유럽 맥주의 효시인 필즈너 우르퀠(Pilsner Urquel)의 공장이다. 넓은 공간의 공장견학 티켓 파는 곳에 들어오니 오래 된 맥주 통과 맥주 양조 도구들이 눈길을 끈다. 여기서 이 공장의 맥주 양조 역사부터 맥주제조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체코에서 밝은 맥주 하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황금빛 라거 맥주를 말한다. 그리고 호프를 복아서 만든 것이 흑맥주다. 마실 때 이를 반반 섞어서 마시면 절반씩 칼로 잘랐다는 뜻으로 제잔에맥주(řezané pivo)라고 한다.

이미 10세기경부터 체코에서는 맥주를 제조하여 마시기 시작했으므로 그 유래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맥주 생산국인 독일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맥주의 종류와 품질에 있어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사실, 세계 제 1위 맥주 소비국은 체코 공화국이다. 또한 최초의 필스너가 탄생한 국가로서 맥주의 기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필스너를 위시하여 감브리누스, 부드바르(Budvar-버드와이저의 원조), 호도바르(Chodovar) 등은 3개월 이상의 자연발효공법을 통하여 맥주의 본래 맛을 유지하고 있다.

체코의 몇몇 대표적인 맥주에 대해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필즈너 맥주가 긴 역사를 자랑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부터 체코 왕국의 보호 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13세기 바쯜라프 II세가 체코 왕권을 강화하고 지방도시 개발하여 자치권과 더불어 맥주 주조권을 부여하는 등 도시를 확장하였다. 그 일환으로 플젠에서 왕권의 보호 하에 훌륭한 맥주 제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15세기에는 독일의 바이에른 맥주 공장에서 새로운 라거 제조법을 도입하여 플젠맥주는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하였다

플젠에서는 1840년대에 이르러 맥주 제조의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며, 플젠의 대다수 맥주 회사들은 새로운 맥주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렇게 생긴 시립 맥주회사(Měšt'anský pivovar)1842105일 생산을 가동하였다. 여기서 생산된 맥주들은 지역 시장뿐 아니라 지역 외 시장에서도 명성을 쌓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1859년에 이르러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은 프라하의 35개 대형 맥주홀에서 판매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르보프(Lvov)에 이르는 대부분의 유럽 제국에서 판매가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판매가 시작되었다.

필스너가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그 제조 기술은 필스너의 맛과 품질을 재현해 보려는 해외의 여러 국가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필스너는 점차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며 또한 가장 잘 팔리는 맥주로 발전하였다. 필스너 우르켈은 여전히 세계에서 하나뿐인 진정한 필스너로 남아있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라거 맥주의 대부분은 필스너 공법으로 만들어진 맥주이다. 필스너 우르켈은 필스너 공법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맥주로서 필스너를 표방하는 모든 맥주는 필스너 우르켈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맥주이다. 그러나 우르켈은 원조로서의 필스너 우르켈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한 명칭이다. 옛날 OB라거를 비롯하여 전 세계 라거 맥주는 바로 이 필즈너 라거 맥주의 기법에 따라서 만든 것이다.

 

플젠맥주 공장을 둘러보고 가가에 있는 맥박물관을 찾았다.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Plženský Prazdroj) 맥주박물관은 15세기의 맥주 양조장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것부터 맥주의 전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인 맥주 제조과정과 역사 및 오래 전부터 사용했던 맥주 제조과정의 도구와 그릇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맥주의 생산 저장 이동 수단 등 흥미로운 도구들이 눈길을 끈다. 체코는 어디를 가나 중세분위기를 느끼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이 맥주 박물관을 돌아보니 꼭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중세부터 전해오는 맥주에 관한 전설과 맥주 만드는 비밀을 비롯하여 실질적인 맥주 생산에 쓰인 손 떼가 묻은 도구들을 볼 수 있다. 좀 초라한 면도 있지만 옛 모습을 잘 유지한 것이 특이하다. 몇 년 전 일본 맥주의 고향 홋카이도 사포로 맥주 공장박물관이 퍽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 이곳은 그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다.

특별요금을 내면 지하 2층에 있는 특별 전시실을 관람할 수도 있다. 박물관 견학이 끝나면 300cc 짜리 생맥주한잔을 시식할 기회도 있다. 바로 옆 공장에서 가져온 것이라 그런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인지 맛이 한결 신선한 것같다.

이 지하전시실은 프라하에 2012년에 문을 연 불로 장생약 제조 박물관을 상기시킨다. 플젠시의 상징인 역사적인 지하 동굴 같은 맥주박물관 견학은 신비롭기조차 하다. 세상의 미로처럼 지하에 수많은 복도와 지하 창고와 우물 등 지하 미로가 펼쳐져 있다. 루마니아나 폴란드 크라쿠프의 소금광산의 축소판이랄까? 체코 쿠트나호라의 지하 은광을 연상시킨다. 이 지하창고는 14세기에 시작되었고 시중심부까지 펼쳐져 있어 플젠시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주요 문화유산이다. 지하에 새겨진 벽감들과 은신처들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기분이다.

플젠 시 중심부 지하에 약 19km의 지하통로와 지하저장고와 우물들이 펼쳐져 있는 걸 상상해보라. 중세분위기를 풍기는 지상의 조약들과 골목길들 밑에 이처럼 또 다른 미로들이 있다니 신기하다. 지하통로 투어는 지하 9-12m 깊이에서 약 800m를 탐방한다. 쿠트나호라 지하 소금광산 처럼 반드시 이곳에서 대여해주는 헬멧을 써야한다.

 

 

지하 석빙고

 

플젠시 벨레슬라비노바(Veleslavvinova) 6번지에 있는 맥주박물관 입구에서 투어는 시작된다. 오랜 준비 끝에 200941일에 개방하였다고 한다. 투어는 계단을 내려가면 얼음을 보관하던 지하 얼음 방에서 시작한다. 얼음 방은 독창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이는 맥주제조 공정의 일환으로 지하 일층 상단에 위치하며 이곳으로부터 천천히 녹는 얼음물이 하단에 위치한 커다란 맥아 발효실로 흘러들어가서 그곳을 차갑게 유지시킨다.

이 지하공장 지역은 13세기 도시 창립과 동시에 맥주제조공정 시설의 첫 건물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 지하 공장시설의 마지막 부분은 18세기에 발굴되었다. 물론 이 지하 창고들은 음식물들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곧 맥주제조 공장으로 사용되었다. 바로 이 지하실에서 맥주가 발효되고 숙성되고 저장되었다.

지하실 이용의 또 다른 중요성은 우물과 구덩이를 통해서 물을 긷는 것이다. 원래는 360개의 우물과 물웅덩이들이 있었다, 투어에 개방하는 것은 20여개다.

시 방호벽으로써 지하 공간이 사용되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지하실은 더 깊게 파고들어가고 확장되어갔다. 그리하여 지하 3층 규모로 커졌다. 이 넓고 긴 지하 공간은 전쟁과 동란시대에 방어진지로 사용되었다. 이 긴 지하 통로는 이와 같이 음식물 저장소와 플젠 시민의 대피소 역할뿐 만 아니라 통신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이지하실 투어를 통해서 우리는 중세시대의 플젠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에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으며, 음식을 준비할 때 어떤 도구를 사용했으며 어떤 수공예품을 만들어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 16세기에 시작된 플젠의 역사적인 급수탑은 체코 전역에서 기술적인 기념물 중에서 가장 잘 보존 된 것 중의 하나다. 여기서 우리는 1847년부터 사용한 수차, 물레바퀴 등 펌프시설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급수탑도 방어벽 체계와 연결된 요새의 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신비한 옛 지하통로의 투어는 다시 박물관으로 나오면 서 끝난다. 기념품가게에는 책자들과 맥주에 관한 여러 가지 소품들이 있다. 우리는 맥주 맛보기 코인을 들고 박물관에 딸려 있는 선술집으로 향했다. 밝은 맥주와 흑맥주의 혼합인 칼로 자른 맥주 한잔을 시켰다. 신선한 맥주 향기가 식욕을 돋운다. 체코 맥주애호가들은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 하며 저녁대신 맥주로 끼니를 때운다고 한다. 걸쭉하고 향 좋은 맥주를 계속마시다보면 정이 들기 마련인가 보다.

시간이 허락하면 필즈너 우르퀠 공장에 딸려 있는 감브리누스(Gambrinus) 맥주 공장(U Prazdroje 7, 304 97 Pilsen) 투어도 즐길만하다. 최근(2010년부터)에 대중에게 개방하여 맥주 만드는 것 등 진기한 것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체코에서 강장 큰 규모(500)인 선술집 레스토랑 나스필쩨(Na Spilce Restaurant, U Prazdroje 7, 304 97 Plzeň)에서 플젠 현지인들 및 세계인들과 어울려 감브리누스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겨보자. 하얀 거품을 불어가며 맥주 한두 잔을 나누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고딕 양식의 대 바로톨로메이 성당

 

 

맥주 박물관 견학을 마치고 나와 플젠 시 중심 광장으로 갔다. 거대한 고딕 성당이 넓은 광장에 우뚝 솟아 있다. 새로 막 결혼식을 올린 신부 신랑이 성당 정문으로 나와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나도 몇 컷을 찍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경찰차 한데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신부와 신랑에게 수갑을 채워 차에 태운다.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혼식 날 체포까지 하다니....30여명의 하객들이 놀라운 기색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그 진기한 장면을 사진에 담고 있는데 경찰차는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시내로 질주해간다. 모두들 웃고들 있어서 나도 약간 의심을 가지고 누구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자하는데 경찰차가 광장을 한 바퀴 돌고 금새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수갑을 채운 신부와 신랑을 힘들게 차에서 내려놓더니 수갑을 풀어준다. 신랑신부도 연신 미소를 띈다. 한 하객에게 물어보니 신랑의 친한 친구가 경찰이라고 한다. 긴장하지 않고 즐겁고 재미있는 결혼식 놀이이다. 체코는 다른 유럽나라와 비슷하게 결혼식에는 가까운 친구와 친지 30-40여명만 불러서 소박하고 뜻 깊은 식을 올리고 만찬이나 오찬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번 동유럽 여행단과 여행할 때 모라비아에서는 레스토랑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하며 도두들 취해서 춤추고 유쾌하게 노래하는 걸 보았다. 신부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체코에 갈 때마다 결혼식을 여러 번 목격하였다. 대개 교회나 성당에서 결혼식을 간단히 올리고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식당에서 파티를 연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도 결혼식을 목격한 적이 있다.

공화국광장(나므네스티 리퍼블리키)에서 유쾌한 결혼식을 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방금 결혼식을 올린 성당은 플젠의 랜드마크답게 광장의 북쪽 면을 차지하고 광장을 압도하고 있다. 고딕양식의 첨탑을 자랑하는 바르톨로메이 대성당(Sv. Bartolomej)이다. 첨탑의 나라 체코에서 가장 높은 교회탑이다. 103m나 된다. 300여개의 좁은 계단을 따라 이곳에 올라가면 도시 전체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넓은 평야와 숲들을 볼 수 있다. 14-16세기에 걸쳐서 지은 고딕양식의 건축물이다. 성당 안에는 아름다운 벽화의 흔적들과 채색 유리, 14세기에 만들어진 정교한 대리석 마돈나와 아기 예수상이 눈길을 끈다. 성당의 동쪽 끝의 성단소(聖壇所, 성상 안치소)의 남쪽에 붙여서 만든 후기 고딕양식의 슈텐베르크 예배당(Šternberská kaple)은 공중에 뜬 것처럼 자유롭게 보이는 서까래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흔들리는 것 같은 돋을새김을 한 특이한 아치형 천정을 가지고 있다. 체코는 지방마다 특색 있는 건축과 건축 장식이 보는 이를 찬탄케 한다.

이 성당의 서쪽 출입구에서 보이는 중세 전염병 흑사병을 이긴 기념으로 1681년에 조각가 비드만(K. Widman)이 세운 거대한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역사적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둥 탑이다. 여기서 북쪽 면에 아름다운 르네상스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이는 플젠시청이다. 1555-58년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반니 스타지오(Giovanni Stazio)가 지었다. 건물 겉면에 전형적인 르네상스 양식의 즈그라피토 양식(우리나라 상감청자양식을 닮았다)의 장식은 1907-12년에 개보수한 것이다.

플젠시 이 광장 주위는 주로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과 세기말 세기 초의 건물들이 빙 둘러 싸고 있다. 여기서 여러 골목길을 들어가면서 도시의 뒷골목의 분위기를 맛보며 걷다가 프란시스코 수도원, 서 체코박물관, 서 체코 미술관등을 찾을 만하다. 어느 도시든지 뒷골목을 혼자 걸어봐야 도시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도미니칸 성 안네 교회 수도원은 1804년 학교(현재 국립과학도서관)로 변형되어 1840-43년 베드르지흐 스메타나가 다녔다. 플젠시는 중세 벽들을 기준으로 하여 여러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성 안네 수도원 남쪽에 스메타나 정원이 있다. 카예탄 틸 극장, 스메타나 기념탑(1874)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극장 북서쪽에는 1892년에 지은 대 시나고그는 체코에서 가장 큰 교모의 유대교 교회이다. 네오-로마네스코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이 지역에 살던 3,000여명의 유대인들의 성지다.

체코는 어떤 도시를 가나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면 그 정교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옛 것을 살리려는 체코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광장을 돌며 이러한 것들을 구경하고 자그마한 가게에 들러 체코 산 건강 주 베헤로프카와 초코릿을 사들고 이바나 교수님의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