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서평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읽으며 포도주 한잔을 즐기는 여유를 갖다

Kyuchin Kim 2021. 1. 18. 16:29

Reading <Humanities in a Wine Glass> and enjoying a glass of wine

추운 겨울에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읽으며 포도주 한잔을 즐기는 여유를 갖다. 2021.01.17. 學山 金圭鎭

 

 

최근에 집안 친척 처남 되는 황헌님이 와인에 관한 좋은 책을 보내왔다. 책을 읽으면서, 오묘한 포도주의 맛을 새로이 느끼고 있다. 책을 읽다가 식사시간이 되어 집안에 몇 년간 보관해오던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2014년 산 베링거 카베르네 소비농(BERINGER CABERNET SAUVIGNON)을 따서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더니 body(질감)가 묵직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도 와인 좀 마시고 좀 알고 있는데, 드디어 내가 찾던 멋진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주로 실내에서 소설 읽는 재미에 빠졌었는데 와인에 대한 책을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어 너무 기분 좋다.

 

황헌님이 MBC 앵커맨인 걸 알고 있었는데 동향 출신이다. 자세히 알아보니 대단한 경력을 가진 저널리스트로 고향 영주 풍기 출신이다. MBC 보도국장, MBC 파리 특파원 등을 역임하고 지금은 은퇴하여 유튜브 와인채널을 운영하며 인문학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2020년도 말에 출판한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은 일단 재미가 있다. 자기가 직접 보고 경험한 와인이야기와 유럽의 역사, 문화, 예술을 잘 교직하여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게 책을 꾸몄다. 경험담이라 실감이 가고 자연스레 와인에 대한 훌륭한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쩌면 여러 술중에서 가장 심오한 술이라 할 수 있는 와인에 대한 상식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림도, 음악도, 여행도 알고 보면 더 즐겁듯이, 와인을 알고서 마시면 맛도 더 잘 음미할 수 있고 사교생활에서 부딪칠 때 기본적인 품위도 갖출 수 있어 일석이조다.

 

1980년대 시카고대학에서 유학할 때 학기 중 두세 번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이 세리 시간(Cherry Hours)을 가지면서 인생, 학문,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와인 마시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러시아교수는 러시아제 보드카와 일본제 보드카, 그리고 그루지야(조지아) 와인을, 폴란드교수는 보드카의 원조라며 폴란드 보드카와 과일 독주 슬리보비체를, 체코교수는 모라비아 화이트 와인을, 미국교수는 캘리포니아와인을, 불가리아교수는 흑해연안 불가리아 와인을, 세르비아교수는 세르비아 와인을, 크로아티아교수는 아드리아 해 크로아티아와인, 대학생들도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남미, 오스트랄리아 와인 등을 가져와서 세계 여러 나라 와인을 알고 마실 기회가 있었다. 가벼운 오후 파티에서는 각종 치즈를 안주로 화이트 와인을 주로 마신다. 젊은 시절 와인을 알게 되어 무척 행운이었다. 그 당시 레드 와인이나, 로제, 화이트 와인의 빛깔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가 되었지만 화이트 와인에서 바닐라향이니, 토스트향이니, 신선한 버터향이 있다느니, 레드 와인에서 코코아향, 바닐라향, 약간의 시나몬 향 등, 진한 과일 맛이 느껴지면서도 무겁지 않고 새콤하다는 말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후 한국외대에 근무할 때, 주로 체코와 슬로바키아교수들과 모라비아와 슬로바키아 와이너리를 방문하면서 와인을 즐겼다. 그 무렵 또 유럽 대부분의 나라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 그 나라 와인과 특주들을 맛볼 기회가 있었다. 좀 오래 마시면서 와인의 맛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와인의 오묘한 맛을 느끼면서 마셔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와인의 세계는 끝이 없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잘 모르면 그냥 즐기면 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고서는 정말 와인의 깊은 역사와 의미를 알게 되어 더욱 행복하다. 이 책은 우선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해 서론 부분인 “와인의 인문학”에서 포도주의 역사가 인문학인 역사, 철학,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이야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재미있게 연결시키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하여 와인의 역사 8.000여 년 전 조지아(엣 그루지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로마 시스틴 성당의 그림 <취한 노인> 노아: 노아의 둘째 아들 함이 아버지의 장막에서 그렇게 벌거벗고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고는 두 형제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 말을 들은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벗은 모습을 덮었다. 노아는 대놓고 자신을 공경한 두 아들은 축복하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까발린 둘째 아들은 저주해버린다.

 

미켈란젤로의 로마 시스틴 성당의 그림 <취한 노인>을 보여주고, 포도주를 마셔서 900살을 산 노아와 와인 이야기, 노아가 대 홍수 이후 처음으로 지상에 포도나무를 심어서 포도주를 빚어서 즐겼다고 하는 이야기,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기적을 행하고 잔치를 흥하게 했다는 이야기, 기독교 세례식에 사용하는 와인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향연>에는 사랑의 신 에로스를 주제로 학자들이 모여서 심포지엄을 연,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이때 토론을 하면서 와인을 즐긴다. 고대 그리스는 현재처럼 와인의 천국 답다. 필자도 그리스에 두번 갈 때마다 다양한 와인을 맛 보았다. 시카고대학 슬라브어문학과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도 이처럼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이처럼 와인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이밖에 전쟁 때문에 와인이 널리 퍼진 이야기, 와인을 마시고 마차를 몰다가 음주운전으로 죽을 고비를 맞이한 <팡세>의 저자 파스칼, <악의 꽃>을 쓴 보들레르가 와인으로 타락한 이야기,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라고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 <파우스트>를 쓴 괴테(Goethe)는 "Life is too short to drink bad wine!" 라고 말했다는 이야기 등.

 

독일화가 안젤롬 포이어바흐의 <향연, Symposium>(1871-74), 플라톤은 이책에서 그 당시 아테네 시민, 철학자들이 모여서 와인을 취하도록 마시며 음악, 예술, 신화, 철학, 정치, 여성의 아름다움 등에 대해서 논쟁을 벌린 것을 기록했다. 특히 여기서는 사랑의 신 에로스(로마의 신 큐피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필자는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 이 작품을 보았다.

 

이 책은 4부로 구분하여 와인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와인의 뿌리부터 와인 등급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까지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가득 채워주는 멋진 안내서이다.

 

1부 “와인의 깊은 세계”에서는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귀부와인, 아이스와인, 로제, 포트와인, 코냑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알수록 유용하고 와인 마실 때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귀부와인이 무엇일까요? 貴腐葡萄酒(botrytised wine또는 Noble Rot wine)이라고 포도가 자라는 환경이 습해서 곰팡이가 나고 말라빠진 포도를 수확해서 만든 달콤한 고급디저트 와인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도시 토카이(Tokai)지방에서 나는 토카이 와인이 그 대표적이다. 필자는 슬로바키아지역 토카이 와이너리에 가서 맛보았다. 헝가리 여행을 여러번 했는데 자주 마셔보았다. 여성들에게 선물하면 환영받는다. 이 토카이 와인이야기도 책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슬로바키아 토카이 병(왼쪽)과 헝가리 아수 와인

 

슬로바키아의 도카이 계곡에서 오래된 동굴과 와인

2부 “붉은 포도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는 정말로 내가 알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수많은 포도 품종의 유래와 산지 이야기 포도주와 얽힌 사람들 이야기 흥미진진하다. 특히 ‘필록세라’라는 와인의 흑사병 이야기는 바로 최근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과 바이러스 이야기와 견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타닌, 보디, 숙성의 삼각함수에서는 정말 포도주의 맛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는 안목을 준다.

 

3부 “청포도의 깊은 풍미 이야기”에서는 청포도의 왕 사루도네 등 우리가 가게에서 어떤 포도주를 사서 즐길 수 있는 데 대한 안목 가지게 한다.

4부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들”에서는 와인 만들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 와인과 궁합이 맞는 음식이야기 와인의 등급과 포도나무 재배와 와인 제조의 과학화를 통해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능가한 이야기는 책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붉은 쇠고기는 붉은 포도주와 하얀 생선회는 백포도주와 어울린다는 이야기는 상식이지만.

이우환화백이 그린 2013년 라벨: 샤토 무통 로칠드 측은 이우환(Ufan Lee) 화백이 20013년 빈티지를 위해서 그린 그림은 “연한 자줏빛이 짙어져서 마치 위대한 와인이 오크통 안에서 천천히 완성되어 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와인 마시는 이야기 중에서 저자가 파리 특파원 3년 생활을 청산하고 떠날 때 작별주로 파리에 사는 지인 화가 조택호씨가 수맥만원 가치 있는 그림 한 점을 주고 간신히 구해서 가져온 와인 “페트뤼스 2000”이야기다. 레스토랑에서 이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하니, 웨이터가 이것을 우리 레스토랑에서 판다면 5,000유로 정도 하니 그것을 마시려면 코르키즈(셋팅비)로 와인 값의 30%인 1,500유로를 요구해서 저자가 기지를 발휘하여, 그 비싼 코르키즈를 내는 대신 웨이터도 한잔 마실 기회를 주고 그 레스토랑에 있는 500유로의 와인을 한 병 마시기로 타협을 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페트뤼스 2000: 쇠고기, 송아지고기, 오리고기, 양고기 요리와 환상의 궁합. 더 자세한 것은 2. 샤또 페트뤼스: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참조

                                      

"와인은 역사인 동시에 철학이고, 문학이다"

와인을 마실 그 깊은 세계를 음미할 줄 아는 혀, 심미설 (審味舌)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저자의 유머가 재미있다. 와인은 눈과 코와 혀 삼위일체로 느껴야하기 때문이다. 이책은 한마디로 와인의 유래부터 와인 등급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까지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가득 채워주는 멋진 안내서이다.

 

향이 풍부한 레드와인, 담백한 레드와인, 로즈와인, 향이풍부한 백포도주, 담백한 백포도주, 샴페인, 독한와인

 

다만 삽화들이 좀 선명하지 않는 게 단점이다. 좀 더 다양한 삽화들을 좀 더 크게 삽입하였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흥미로운 레벨의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넣은 이야기를 좀 더 실감나게 예술적 레벨을 좀 더 많이 더 크게 실었더라면 좋았을걸. 도표나 레벨 사진들이 너무 작고 희미한 게 단점이다. 이왕이면 유럽지도에 방문한 와이너리 표시하고, 대륙별로 주요한 와이너리 지도를 실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와인애호가 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추하고 싶다.